에세이 : Trimming Edge

어릴 적 조그만 어촌마을 외곽의 낡은 폐차장 안에서 움직이지도 않는 고물차의 핸들을 돌리며 세계여행을 하는 꿈을 꾸었다. 그 조그맣고 폐쇄된 공간 속에서 체득된 내면적 아우라(Aura)는 나에게 있어 풍경이란 것들의 기본적인 원본이 되었다.

이제 난 나이가 들어 자아실현이라는 구체적이면서도 다소 우스운 목표 속에 떠나는 여행을 하게 되었지만 가끔 그 통로에서 어릴 적 상상했던 낯선 풍경들을 마주 대하곤 한다. 그 길은 어릴 적 나에게로 돌아가는 회귀본능을 강렬하게 자극시킨다.

마치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양치기 산티아고가 그의 양들을 데리고 삶의 가치를 스스로 깨달으며 떠나는 자아실현의 고단한 여정처럼, 내가 만난 수많은 길들도 역시 나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또 어떻게 가야할지를 알려주는 수많은 지표들을 감추고 있다. 나는 삭막한 사막과 시커먼 고담의 골목길을 거닐며 곳곳에 숨겨져 있는 그 표지들을 발견하고 내 삶을 돌아보는 그런 여행을 즐긴다.

나에게 낯선 풍경이란 어릴 적 세계여행을 상상하고 꿈꾸던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잠시의 여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