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포토마루 이루

2018-08-30 오후 7.30.52

어떻게 해서 포토마루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이 분야를 전공한 건 아니고, 사진을 즐기는 동호인이었습니다. 꽤 우연한 기회에 디지털 사진 쪽의 일을 하게 되었고, 아날로그 사진을 즐기던 동호인이었기에 아날로그 사진과 관련된 분야 쪽으로 아예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 호인이 사진을 즐기다가, 그러다가 깊이 즐기다 너무 깊어져서 이런 일을 아예 업으로 삼게 된거죠. 처음부터 충무로에서 현상소를 시작한 것은 아니고, 가 산동이나 삼각지 등에서 초창기를 보내다가 본격적으로 해보고자 충무로에 입성하게 됐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지금도 업자이기 이전에 사진을 즐기는 동호인이고, 누구나 선망하는 그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충무로에서 오랜 기간 계셨는데 가장 힘든 때는 언제였나요?

여러 힘든 시간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포토마루를 창업하기 전후가 가장 힘 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략 2008년에서 2013년 무렵 정도가 될 것 같은데, 되돌아보면 시기적으로도 필름 현상소들의 가장 추운 시절이기도 했었습니다. 2008년 봄이 지나면서 촛불시위 정국이 되더니 그 해 10월에 외환위기가 터 진 이후로 현상소 경기가 매우 위축되기 시작했어요. 2009년 11월에 포토마루를 창업했는데, 필름사진 시장이 가장 어려웠던 게 2012년께였던 것 같고, 하필 그 어려운 시기에 창업을 했던 거죠. 현업에 있어보면 손님들 동향도 알 수 있고 필름 판매량이나 사용량도 대충 알 수 있는데, 그 무렵이 저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코닥이 파산했고 슬라이드 필름을 생산 중단했던 바로 그 해였 죠.그해를견디지못한충무로현상소여러곳이문을닫았는데,저희는그래 도 최선을 다해 버티고 버텨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개업 7년이 지난 2016년 에서야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하게 되었네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계신지요?

여러 손님이 계십니다만, 이런 손님이 계셨어요. 처음 충무로에 샵을 열었을 때,약간후미진골목안에가게를내게됐습니다.차가들어오지못할곳은아니었는데또그렇다고쉽게차가마구왔다갔다 하기는 어려운 곳이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전화가 왔는데 손님이 차에 계신다면서 잠깐 맡겨둔 필름을 가져다 달라는 거였습니다. 중년의 신사분이셨다는데, 좀 어이없다고 생각했지만 직원이 필름을 가져다 드렸죠. 다음에또전화가왔는데이번에는차에잠깐와 서 필름을 좀 받아가라십니다. 이번에도 황당했 지만 직원이 나가 필름을 받아왔는데 필름만이 아니라 카드까지 함께 받아와서는 좀 긁어다가 영수증도 가져다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는 거였습 니다.손님이와서차를잠깐대는것도아니고차 에 앉아서 갖다 달라 가져가라 하는 것도 어이없는데, 카드 받아다가 긁어다 달라니…

이 손님은 그 후로도 몇 번 더 오셨는데, 올 때 마다 단 한번도 골목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온다거나 차를 세우고 가게로 들어온다거나 한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직원만 왔다갔다 했기때문에 나는 그 손님의 얼굴조차 뵌 적이 없었어요. 그 손님올때마다 직원들과 나는 그저 손님 흉보고 욕만 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곳으로 확장이전을 하게 됐는데, 그 손님은 그 매장에도오셨고 역시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받아가라고 전화를 하셨답니다. 그리고 직원이 다녀오고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습니다.

장애인이셨더라고…

그렇게 여러번 왔다갔다 다니시면서도 왜 차에 서 내리지 못하는지 뭐가 불편한지 전혀 내색도 말씀도 안했던 것도 서운하기는 했지만, 어떤 사 정이있어 그럴 수 밖에없는지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우리들이 한없이 죄송스럽기도 했습니다.오래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뒤로 몇번을더 오셨었는지, 그 손님의 성함이 뭐 였었는지가 잘기억이나지않습니다. 나는 한번도 뵙지를 못해서였을까.

‘어떤 손님에게도 그만의 사연들이 있을지도 모 른다’는생각을그때부터늘갖고삽니다. 그 분께 늘 고맙고 죄송스럽습니다.

요즈음 다시 필름사진에 대한 붐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LP레코드나 종이책,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나 슬로우푸드처럼 잠시 반짝하고 지나가는 유행은 아 닐테고, 상당기간 지속될 트렌드일것같기는 합니다. 디지털사진에 지친분들이 오히려 아날로그사진의 재미에 빠지게 된 건 한편으로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이게 대한민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물결이라는게 오랜기간 지속될거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죠. 2010년에서 2012년까지가 필름사진의 저점이었던 것으로 본다면지금의 붐은 매우 놀라운 정도의 폭발입니다. 갑자기 뻥하고 터진것도 아니고 사실은 2013년부터 계속 매년 수십 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여러 해 커져온 것 이어서 몇 년간은 더 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길지는 않은 몇 년 안에 출렁하는 고점은 곧 지나게될테고 점차 평균으로 수렴하면서 안정된 흐름이 될거라고 봅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라든가 아니면 단순히 유행이니까 해본다거나 하는 분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지지만 제대로 필름사진을 즐 게된 분들은 지속적으로 사진을 찍는 그런 시기가 오겠죠. 지난 10년 간을 돌이켜보면 앞으로 10 년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토마루를운영하시면서가장보람을느낄때는 언제인가요?

이런저런 사진을 작업하게 되지만 사실 가장 많은 빈도로 보게 되는 사진들은 가족과 연인들이 함께 찍은것들입니다. 어느 날 손님이 오십니다. 그러다자주오시고, 단골손님이 됩니다. 그 분이 찍어 오시는 사진들은 익숙한 패턴이어서 오실때마다 반갑죠. 그렇게 단골이었던 분이 어느날 연애를 시작하셨나봅니다. 사진에 못 보던 이성이 등장합니다. 그러다 함께 등장하기도 하고, 좋은 곳에 놀러도 다니십니다. 참 재미나고 부럽게 예쁜 사진들이 매번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두 분의 결혼식 사진을 보게되죠. 아,연애하시더니 이제 결혼하셨구나. 좋겠다. 그러고는 곧 달콤한 신혼여행 사진도 들어옵니다. 그러고 나서 보게 되는 사진들은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 사진들이죠. 그러다 어느날 신부분의 배가불러옵니다. 그렇군요.. 그러다 만삭 사진을 보고, 그러다 2세가 태어나는 사진을 보고, 그 아이가 커가고, 쑥쑥 무럭무럭 예쁘고 씩씩하게 자라나고.. 여러 손님 에게서실제로 지금도 보고 있는 그 분들의 삶입니다. 이런 삶을 함께 살아가고 그런 모습을 지켜 보는 일들이 참 좋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맡겨 주신다는 것도 고맙구요. 함께 살아간다는게 제일 큰 보람인것 같습니다.

손님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문가로서 현상소를 운 영하시면서 생각하는 오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 떤 것들이 있는지요?

어떤 설명으로도 이해나 납득하지 않으려는 오해 혹은 불신 같은것들이 있습니다. 오래 이 일을 하다보니 그런 것들을 이 일을 하면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업보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필름의 스크래치라든가, 사진의 먼지라든가(특히 흑백) 하는 것들이죠. 모든 스크래치는 현상소 잘못이라든가, 뭔가 티끌만 있어도 작업이 잘못된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지금은 그래 도 너그럽고 유연하게 설명하고 잘 대처하게 되었습니다. 업보도 노력하면 많은 분들이 잘 보듬 어주시고 이해해주시더군요. ^^

포토마루의 강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나요?

사실 강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곳들도 워낙 잘들하고 실력도 좋으니까요. 늘 부족 하고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좀 더 나은 품질과 서비스를 위해 연구하고 투자합니다.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작업이나 비싸게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하고 저렴하게 하는 일들, 손님 이 이용하시는데 더 편리해지시라고 만들고 고치는 일들 같은것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나가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서비스업에 가까운데, 서비스란 건 서비스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품질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계적으로 억지웃음을 웃어가며 하는 서비스와 마음에서 우러나 진심으로 즐거워서 웃으며 하는 서비스 중에 어느 것이 더 고객을 진심으로 즐겁게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여러 직원들이 기분 좋고 행복해야 결과물 의 품질도 더 좋을수있다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합니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아르바이트같은 인력은 가능한 쓰지않고, 최대한 야근이나 잔업이 없도록하고.. 대기업에 비하면 턱도 없겠지만 우리 수준이나 업계에서는 가장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더 좋고 많은 급여와 복지까지 뒷받침 된다면 좋겠는데, 그건 더 노력해야 하겠죠. 아무튼, 그런부분에 무척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편 입니다.

현상소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 년을 맞이하여 포토마루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서도 말씀해주세요.

10년 전에는 10년쯤 후에는 필름사진이 거의 사라지지 않겠냐고 많은 분들이 얘기했었습니다. 그10년이 지나니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필름사진을 찍고있는 시대가 됐네요. 지금은 10년 지나도 필름이 사라질거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은 없는것같습니다. 대기업들이 탐낼만큼 큰 시장이 돼서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누구나 즐기는 분야는 아닐테지만 필름사진과 관계된 업체들-필름 제조사,유통, 현상소 및 후가공업체들-정도는 당분간 열심히 일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 일이 다행히 힘을 쓰는 분야가 아니어서 아마 나이를 먹어도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늙어 꼬부라져서 피커질도 못할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해에도 더 좋은 품질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국내에 거주하거나 혹은 장기체류하는 외국인 손님들이 꽤 많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신데, 실제 외국에서 한국으로 필름을 보내 작업을 의뢰하는 비중이 조금씩 커져가는 중입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내부 시스템과 마케팅 을 조금씩 강화하고 준비해서 본격 국제 현상소 로서도 발돋움하는 게 중장기 목표입니다. 아마 10년 이내에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포토마루 홈페이지: http://fotoma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