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진가 김윤기

사진가 김윤기 인터뷰

 

Q: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어릴때부터산타는것을좋아했는데이과정에서알게된오래된친구중에사진을전공한이가있었습니다.그 친구를 보며 사진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었습니다. 산에 가면 각자 역할이 있었으니까 저 까지 또 할 필요는 없 었죠. 그러다가 1994년 경 태국에 정착을 하고 1999년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회사 홈페이지를 갖는 것이 꽤 트랜디 하게 보였고 시간도 많은 지라 직접 만들자고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웹 페이지를 만들다 보니 사진 들이 필요했고, 훔쳐서 쓸 수 없으니 직접 찍을 궁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니콘 FM2를 중고로 하나 구하고 인터넷을 찾 아보며 혼자 배웠습니다. Philippe Greenspun이 만들어 운영할 때의 Photo.net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 ‘내 멋대로 사진 찍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Q: 사진을 왜 찍으시나요?

A: 우선 재미있습니다. 또, 내가 가진 가장 편리한 표현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사람과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사 람들과 만나는데 저의 역할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사진이 아니었다면 그 아름다운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 을 것 같습니다.

Q: 가장 오랜시간 작업을 하고 계시는 ’70라이’가 있는데 ’70라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Rai는 태국에서 면적의 단위입니다. 방콕에서 최대의 슬럼지대가 끌롱떠이라는 곳입니다. 악명 높은 곳으로 보통 방콕사람들은 잘 안가는 곳이고 택시기사들도 가기를 꺼리는 곳입니다. 마약의 집결지이죠. 70라이는 그 중에서도 가 장 심장부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대략 십만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Q: ’70라이’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그 작업을 오랜시간 지속하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A: 이 작업은 70라이 지역의 사람들과 공동체에 대한 기록이 저의 작업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프린트해서 전해주는 일이 매주 계속하는 일이고 축적된 결과물은 호히려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빈민가에 가서 사진작업을 하는 경우 그 주제가 빈곤과 그에 따르는 괴로운 일상 같은 것들에 집중이 되는데 저는 시각을 바꾸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위험한 장소에 가서 충격적인 사진들을 만들어서 빨리 명성을 얻자는 의도로 시작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고 오래지 않아 2006년 태국 외신기자클럽에서 두 달 동안 전시를 했으니 나름 애초의 목표는 이루었다 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 내가 보고 있는 실재의 사실들이 막연한 빈민가에 대한 외부인의 인상과는 다르다 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을 계속하면서 내 사진 속의 사람들이 ‘익명의 슬럼 사람들’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아름다운 인격체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통의 사진작업은 책상 앞에 앉아서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을 바탕으로 기획을 하고 거기에 매치되는 그림을 만 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나가서 부대껴 보면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실재하는 사실 을 만나게 마련이고 일반인의 ‘상식적 인상’과 리얼리티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몇 달 작업하고 마감하면 상 식적 인상에 충실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쉽습니다. 그런 프로젝트는 보는 이들을 설득하기 편합니다. 보는 이나 작업 자나 같은 인상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무기한 계속하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상식적 인상의 끈을 놓아버리고 내 스스로 시각이 어떻게 내려 가든 실재의 사실에 매달려 보자는 결정이었습니다. 제가 담고자 하는 이미지는 험한 환경 에서 단련된 강인한 사람들 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과 그들이 만들어 낸 공동체의 조화로움 입니다. 저의 느낌을 사진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전하는 것은 늘 어렵습니다. 빈곤에 대한 편견은 워낙 강건한 것이어서, 사람들은 빈곤에서 아픔이나 다른 부정적인 것들을 기대하기 마련이니까요.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대상화. 그리고 그래서 뭐든 주는 것이 답이다라는 생각에 반대합니다. 그래서 늘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물건이나 도움보다는 인간적 존중(Respect)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매주 찾아가고 사진 찍고 이야기하고 같이 놀면서 무척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 습니다. 빈곤에 대한 사진들이 자본주의 프로파갠더의 하나로 공갈의 용도로 쓰이는 것을 경멸합니다. 그래서 2009년 이후 전시를 삼가고 있습니다. 혹시나 내 사진들이 불쌍한 익명의 사람들이나 빈곤의 비참함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책이나 전시. 인정 받는 것들에 대한 욕심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것도 70라이 사람들이 제게 만들어 낸 변화 덕분입니다. 매주 찾아가서 사진 나눠주고 이야기하고 사진 찍고 하는 일은 정 즐겁습니다. 사진가로 서 전시를 하거나 출판을 하는 일은 그저 부수적인 일이고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Q: 다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요?

A: 70라이에는 10만명이 삽니다. 그곳에는 온갖 사람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70라이 사람들에 대한 써브 프로젝트를 해볼 생각입니다. 한동안 했던 무에타이 소년들에 대한 작업도 모두 이곳 아이들 이야기였습니 다. 작업기간이 오래다 보니 사람도 변화해 갑니다. 노인들은 돌아가시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그래서 요즘은 같은 사람의 변화된 모습을 계속 담아서 연대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장비로 작업을 하시는지요?

A: 라이카 IIIf에 보익틀랜더 21밀리 f/4 렌즈 그리고 롤라이플렉스 3.5F를 가지고 다닙니다. 교환할 렌즈는 없습니다. 10년 동안 거의 니콘 FM2에 20밀리 2.8 렌즈만 가지고 찍었는데 노인이 되다보니 포커싱하는데 불편해지기 시작했 습니다. 그래서 레인지 화인더 바디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21밀리 렌즈를 달면 대강 목측으로 다 해결하니 무척 편합 니다. 렌즈도 SLR용보다 더 좋은 듯 합니다. 바디를 바꾸니 사진 찍는 태도에 변화가 있습니다. 골목이 좁고 어두워서 매번 노출계로 측광을 하는데 한장 한장 집중하기에 좋습니다. 전 편리함이 갖는 장점 만큼 단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비를 잘 간수하지 못하는 편이라서 쓰지 않는 렌즈나 바디는 처분합니다. 쓰지 않는 물건 움켜쥐고 있는 것은 죄악이 다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수퍼 앵글론 21밀리를 써보고 싶긴 한데 가려움증 느낄 정도로 땡기지는 않습니다.

Q: 왜 필름으로 사진작업을 하시는지요?

A: 제가 사진을 시작한 때가 필름카메라 끝물이어서 디지탈로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머무는 셈입니다. 현상기계 (jobo atl-1500), 필름, 평판스캐너 라인업이 갖추어 있으니 구태어 디지탈로 갈 이유가 없습니다. 결과물을 바로 전송한다 거나 신속을 요하는 작업도 아니구요. 필름은 보관에 있어서 디지탈 화일보다 든든합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스캔 할 수 있으니까요. 전 필름의 제일 큰 장점으로 ‘너무 많이 찍지 않는다’를 꼽습니다. 현장에서 찍을지 지를 판단하고 가려서 찍기도 하는데 쓸데 없이 난사하지도 않습니다. 작업량은 장기적으로 보면 무척 중요한 요인입니다. 필름작업 만 하니 일관되게 관리하기에 편합니다. 70라이 작업한 분량이 2006년부터 지금까지 1300롤 가량 되는데 롤마다 일 련번호를 매겨서 보고나하고 스캔 로우 화일은 월별로 구별해서 저장하는데 이렇게하면 사진마다 몇년 몇월에 찍은 것 인지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네가 필름은 그 롤에 나온 사진 전량은 다 스캔해서 로우파일로 저장합니다.